22-동지(冬至),
1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우리는 팥죽 먹고 호랑이는 장가가고
“일양(一陽)이 생하도다” 란 부분이 흥미롭다.
해가 가장 짧은 날이니,
음양으로 따지면 음기가 가장 치성한 날이 동지일 터.
그런데 바로 그때 하나의 '양'(陽)이 생겨난다.
어떤 한 기운이 극한에 달하면
반드시 그 아래 다른 기운이
움트고 있음을 자연은 알려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단지 가장 안 좋은 상황
혹은 가장 움츠러든 상황에 희망이 있다는 가르침만 주진 않는다.
오히려 움츠러드는 이 시간이 없다면
펼쳐지는 시간도 불가능하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안으로 수렴하는 시간.
그러니까 우리가 뭐든 배울 때,
가령 악기 같은 걸 배울 때
그 분야의 가장 잘 나가는 뮤지션처럼 폼을 잡고 싶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건
지루하도록 단순한 리듬 혹은 음절의 무수한 반복이다.
그야말로 눈감고도 칠 때까지,
건드리기만 해도 저절로 나올 때까지 하는 것.
이런 수렴 시간 없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자신을 바라는 마음을 두고
'도둑놈 심뽀'라고 하는 걸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