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곡우,

燕巖 2015. 8. 18. 23:29

곡우,

 

곡우는 봄의 여섯 절기 중 마지막이다.

동시에 입하(立夏), 여름으로 들어서는 문턱이다.

절기는 마디로서 사람의 몸으로 비유하면 관절과 같다.

15일마다 바뀌는 절기는 인체의 모든 관절에 해당하는데,

그 중에서도 같은 계절 내의 절기끼리는 비교적 작은 관절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팔을 하나의 계절로 보고 봄이라 칭해 보자.

그 안의 손가락, 손목, 팔꿈치 관절은 계절에 속해 있는 절기로,

각각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에 해당할 것이다.

그럼 어깨는? 어깨 관절은 팔에 속하면서도 몸통을 잇는 부위다.

봄이면서 여름을 잇는 문턱인 곡우가 바로 어깨 관절에 속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

 

모든 관절이 다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성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좀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더욱 혹사당하고 그렇기에 쉽게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관절은 강하면서도 유연해야 한다.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고,

유연하기만 하면 힘을 쓸 수 없다.

상반되어 보이는 두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비밀은 바로 밀도의 응집성에 있다.

 

봄의 다섯 절기에서 우리는 삶의 기본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고 실천했다.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여름을 앞두고

지금껏 익힌 기본기를 한 점으로 응축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여름은 어느 때보다 격렬하고 활발히 움직이며,

생명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시절이다.

태양은 대지에 사정없이 작렬하고,

초목은 시퍼런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인간은? 인간의 화려한 여름은 봄 내내 잉태하고 있던 작은 볍씨에 예정되어있다.

옹골진 볍씨는 생명 에너지의 정수다.

그 안에 우주가 담겨 있다.

무한한 생명의 가능성을 지닌 ‘포텐셜 덩어리’로써의 볍씨는 곡우에 비로소 완성된다.

골 밀도가 높은 골격이 튼튼하듯,

속이 꽉 찬 볍씨가 뜨거운 여름에 살아남아 싹을 틔워 자랄 수 있다.

 

곡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껏 해 왔던 것을 하나로 응축하는 일이다.

입춘에 뜻을 세우고,

우수에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경칩에 과감해지고,

춘분에 갱신하고,

청명에 미혹되지 않았다면,

곡우에는 그 모든 것을 한 점에 모으자.

바로 ‘삶의 현장’에.

 

우리는 우리가 처한 현장에서 도망칠 수 없다.

현장의 문제는 바로 그곳에서 풀어야 한다.

딴생각이 들수록 그 생각과 맞서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

어쩌면 농부가 바라 마지않는 곡우의 우(雨)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아닌,

어떠한 외부 조건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 자신의 존재성이 아닐까.

그것이 바로 정신줄을 붙들어 매는 힘의 원천으로써의 정(精)이다.

 

나는 이제부터 태도를 바꾸리라.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 뼈의 밀도를 강화하고,

정신줄을 콱 움켜쥘 것이다.

뜨거운 여름에 생존하려면 그 수밖에 없다.

삶의 현장은 곡우의 다른 이름인 간절함에서 생성된다.

만물이 곡우 뒤에 소생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여름이 목전에 도달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비가 내린다.

누구 마음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은 것인가.

무엇이 자랄 것인가.

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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