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춘분

燕巖 2015. 8. 18. 23:26

춘분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 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고~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사실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열나게 달려 봐도

태양은 머리 위에서 꼿꼿이 내리쬐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햇볕, 즉 양기(陽氣)가 대세! 그 시절을 우리는 춘분(春分)이라 한다.

 

이때를 기점으로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진다.

낮이 본격적으로 길어진다는 얘기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

포근함을 그저 반길지 모르나,

마냥 그렇게 받아들일 문제도 아니다.

따뜻해졌으니 더 이상 춥다는 핑계로 집안에 처박혀 있을 수 없다.

 

입춘에 봄을 생각하고,

우수에 마음을 녹이며,

경칩에 개구리처럼 튀어나갈 준비를 마친 후 봄의 출발선에 요이땅하고 서있는데,

난데없이 꽃샘추위가 들이닥친다

 

양기가 대세(大勢)임을.

꽃샘추위로 그까짓 추위는 곧 지나갈 찻잔 속의 미풍에 불과한걸!

꽃샘추위는 마음 속 저항감에 불과하다.

 

꽃샘추위는 춘곤증을 불러온다.

이때 봄철에 나는 냉이, 달래, 두릅 등의 나물들이 효과적이다.

음식을 먹는다고 함은 그것이 나고 자란 시공간을 먹는다는 의미다.

봄의 생동하는 기운이 담긴 나물들이 춘곤증을 물리칠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이다.

 

꽃샘추위는 봄에 남아있는 음기(陰氣)의 끝자락이다.

아무리 양기가 대세라도 음기를 헌신짝 버리듯 몰아내면 몹쓸 일이다.

 

떠나는 음기를 고이 전송하고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맞이할 양기를 위해 주변 단장을 해야 한다.

이것이 꽃샘추위가 우리에게 내린 시험이다

.

잘 보내야 잘 맞이할 수 있다.

어떻게 꽃샘추위를 잘 보낼 것인가?

묵힌 것을 떠나보내야 새로운 것을 들일 수 있다.

그래야 하루하루를 끊임없이 새롭게, 즉 갱신할 수 있다.

갱신하려면 묵힌 것을 깨끗이 치워야 한다.

 

꽃샘추위를 잘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청소이다.

매일매일 내려앉는 먼지처럼,

우리 마음과 일상에는 끊임없이 묵은 때가 낀다.

그것은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 미련, 후회일지도 모른다.

 

떠나보내야 하는 데 여전히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연착된 기차마냥 승객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

마음속에 그러한 묵은 것,

집착(執着)으로 편치 않다면 지금 당장 진공청소기로 싹 치워버리자.

 

그래야 우리 일상은 매일 새로 고침, Reloaded 될 것이다.

치울 것은 방구석이 전부가 아니다.

매일 쌓이는 먼지만큼 해로운 것은 소화되지 않은 정보와 지식이다.

그때그때 습득한 것을 정리해 분류해두면 그 자체로 사고가 명료해질 것이다.

 

양기가 대세인 이 시점에,

봄을 영접하려면 묵혀 쌓인 것을 곱게 보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방법이 바로 청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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