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가을걷이

燕巖 2017. 9. 20. 09:33


가을걷이

 

지금은 기적들을 해가 지는 먼 곳으로 따라 보내소서

지금은 비둘기 대신 저 공중으로 산 까마귀 들을

바람에 날리소서.

많은 진리들 가운데 위대한 공허를 선택하여

나로 하여금 그 뜻을 알게 하소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새 술을 빚어

깊은 지하실에 묻을 시간이 오면

나는 저녁 종소리와 같이 호올로 물러가

나는 내가 사랑하는 마른풀의 향기를 마실 것입니다

 

<김현승의 '가을의 시' 중에서>

 

가을은 계절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시가 됩니다.

흥에 겨운 곡조 보다 몇 소절의 발라드가

더 잘 어울리는 계절입니다

이 계절을 사랑하노라 고백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감히 묻습니다.

"당신의 들판에 심기워진 알곡은 무엇입니까

수확을 기다리는 열매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열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의 특권  (0) 2017.09.26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0) 2017.09.22
나 만이라도  (0) 2017.09.18
목계(木鷄)  (0) 2017.09.13
특별한 세 가지 재능  (0) 2017.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