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와 자물쇠
열쇠가 자물쇠에게 말했습니다.
"나 없으면 넌 아무 소용 없게돼.
잠기지도 풀리지도 못하니까.
그럼 어떻게 되지?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다 버려지고 말아.
이젠 내 말 알아듣겠니?"
자물쇠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뒤로 오랜 세월이 흘렀습니다.
열쇠는 아직도 반짝반짝 빛났지만
자물쇠는 낡아서 더는 못 쓰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자물쇠를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그럼 이것도 필요없지."
하고 열쇠도 함께 버렸습니다.
열쇠는 무척 억울했지만 할 말이 없었습니다.
- 정진권/수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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