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정월대보름날

燕巖 2020. 2. 22. 05:03


정월대보름날

 

목련꽃 피는날

 

그대여

목련 나무 아래로 바로 와 보세요

세찬 바람이 흔들어대도,

동박새가 와서 놀아주기를 청하여

가지를 흔들어대도,

직박구리가 엽구리를 쪼아대도

겨울잠에 빠져 있는 척

대꾸도 아니하던 목련나무 가지 끝에서

수줍은 미소가 터져 나옵니다.

 

겨울을 이겨낸 마른 가지 끝

꽃을 시샘하는 찬바람 속에서도

수액이 올라오고

은근한 생명의 기운이 퍼져나와

연초록 고운 색 잎사귀가 피어나기도 전에

은은한 미소가 먼저 피어납니다.

 

그대여

목련 나무 아래로 지금 와 보세요.

목련꽃 꼭지는 우리 동기를 키워낸

어머니의 그것이요.

꽃 봉우리 하나 따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우유 빛 수액이 나올 듯..

그 색은 어머니의 무명 앞치마 색갈.

그 미소는 바로 많은 인고를 당하도

입가에서 떠나지 않던 어머니의 잔잔한 미소다.

 

그대여

목련 나무 아래로 바로 지금 와 보세요.

목련꽃 만개하면

그 빛갈 너무 고상하여

바라보기도 미안하거늘

꽃잎이 활짝 피기전에

꽃그늘 아래서 차한잔 음미 합시다.

 

-모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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