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기에 서 있었다.
박성환
지난봄처럼 물뿌리개를 든 채 나는 거기에 서 있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반짝거리며 뽀얗게 움이 틀 것만 같아
나는 거기에 서 있었다.
정성들여 가꾸던 열매 다 키워내고 나면
시들지 않는 게 뭐가 있겠냐만은
푸르던 그날 다 잊고서 말라버린
이파리 하나, 둘 떨구는
꼬마나무 곁에 나는 서 있었다.
빨갛게 열매는 영글었는데
빨갛게 이파리 타들어 가는
꼬마나무 곁에서 마뜩한 가슴으로
나는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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