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노 독

燕巖 2015. 11. 14. 13:20

 

노 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 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 길래

등불 이리 환 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